스토리를 시작하며,

와우책문화예술센터(이하 와우)의 홈페이지를 개편하며 와우가 공유하고 싶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글로 스토리를 열어볼까 고민하다가 지난해 축제를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축제를 기획하면서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그 해의 중요한 사회 이슈나 소외 문제를 담아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은 팬데믹으로 인해 주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운영하던 여러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변경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해외 유명 작가를 온라인으로 초청하여 코로나라는 시대의 위기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작년 축제에서 준비한 프로그램 중 개막 토크는 우리가 직면한 팬데믹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를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기에 개막 토크의 기획 이야기로 스토리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일상의 변화, 문학의 역할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던 책은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였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듯합니다. 당시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사들을 보다 보면 까뮈의 『페스트』가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고 깊이 있게 다루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페스트』 는 지난 2월에 와우책문화예술센터가 진행하는 “와우책방”에서 독자들과 함께 읽어본 책이었습니다.

2020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멈춤을 가로지르다”라는 슬로건으로 코로나19로 세계가 멈춰 선 시간 속에서 책과 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으로 기획했습니다. 그 시작을 알리는 개막 토크로 우리는 『페스트』를 떠올렸고 기획에 참여했던 박혜진 평론가가 『페스트』 작품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현 상황에 비춰 다른 시각으로 『페스트』를 분석해 보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팬데믹 상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팬데믹에서 파생되는 우리 일상의 물리적인 변화들, 변화들로 오는 우리들의 심리적 변화들을 읽어내는 시도들이죠.

그래서, 사회학자나 심리학자 등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의 토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오갔고 우리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페스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토크를 진행해보고자 했습니다. 작은 도시 오랑에서 발생한 “페스트”에 맞서는 다양한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함께 읽어보면 코로나19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의료, 종교, 언론, 행정, 시민사회의 역할이 무엇일지를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한 기획이었습니다.

비대면 토크 방식은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기획하는데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참여자들의 집중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었죠. 전체 시간을 1시간 반으로 잡고 사회자와 패널을 포함해서 5명을 넘지 않도록 하여 온라인으로 참여자들이 최대한 집중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토크에서는 인물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인물이 대표하는 직업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작품의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하는 작중 화자이자 “페스트”의 최전선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 리유, 오랑시의 임시 직원 그랑, 파리에서 다른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출장 왔다 발이 묶인 기자 랑베르, 성직자 파늘루 신부, 오랑에 잠시 머무는 사마리아인과 같은 존재인 타루 이렇게 5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하면 『페스트』라는 작품과 코로나19의 현 상황을 연결 지을 수 있고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볼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 리샤르 도지사는 그랑을 대변하면서 이야기를 보탤 수 있을 터이고, 사기꾼 코타르, 판사 오탕, 리유의 어머니 등은 토크 내에서 시간이 나면 언급할 수 있으리라 보았습니다

코로나19 상황과 그 당시의 상황을 딱 들어맞게 연결할 수는 없지만, 분야별로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해 4명의 전문가를 모시기로 했습니다. 오랑시의 임시 직원인 그랑은 보건 행정을 이해하는 정부 관계자가 적합하다고 보았습니다. 의사 리유는 응급의학과 의사면 가장 그림이 좋겠지만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현직 의사가 아닌 전직 의사이면서 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기자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상황만을 직시하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섭외하기 어려운 패널은 성직자였습니다. 기획 당시 개신교의 대규모 광화문 집회로 집단 감염에 민감하던 시기였기에 현직 목사나 신부를 참여하게 하기엔 부담이 컸습니다.

이번 토크는 과거 역사를 거슬러 현재를 이해하는 시도이기에 패널들의 이야기를 잘 버무려 줄 토크 조정자인 사회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도 관건이었습니다. 까뮈의 철학적 배경이 이 작품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이해하고 현시대 상황에 대한 입체적인 조망도 가능한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또한, 핵심 인물인 타루를 고려해야 하기에 철학자나 문화 인류학자를 섭외해야 사회자로도 타루를 대변하기에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회자와 패널을 머리에 떠올렸다 지우기를 수십 번.

사회자 겸 타루 역할은 정치철학자인 김만권 작가, 의사 리유는 현직 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 작가, 그랑과 리샤르의 행정가는 코로나19 초기 보건 행정을 담당하고 긴급했던 시기를 『코로나 리포트』라는 단행본으로 기록한 허윤정 교수, 기자는 “국경 없는 기자회”의 김혜정 기자, 마지막으로 성직자는 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한때 전도사였던 김응교 시인으로 정했습니다. 거듭된 고민과 섭외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 문학적 해석도 가능한 사회자와 패널이 완성되어 나름 만족스러운 구성이었습니다. 패널들의 오고 간 얘기는 영상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매번 축제를 기획하며 프로그램은 이렇게 완성됩니다. 때로는 안전한 기획을 하기도 하고 시대적 아젠다를 담아내는 새로운 기획에 도전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도전들이 잘되면 참신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부족한 완성도에 대한 부담도 갖게 됩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개막 토크는 기대한 것보다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현상만을 본 것이 아닌 현상을 우리 삶에서 읽어내는 문학적인 해석도 공유할 수 있었고 이런 문학적 향유가 코로나19로 지쳐있던 참여자들에게 작게나마 위로의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개막 토크 영상을 대학 수업에 활용할 수 있냐는 문의도 받았으니까요. 이렇게 만들어진 2020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멈춤을 가로지르다” 개막 토크 영상입니다. 함께 다시 볼까요?


와우의 첫 스토리로 지난해 축제의 개막 토크 기획의 여정을 되짚어보았는데요. 앞으로도 전하고 싶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와우의 스토리를 통해 계속 공유해 보겠습니다.


사단법인 와우책문화예술센터의 주최로 매년 9월에서 10월경 서울시 홍익대학교 앞 주차장 거리 일대, 갤러리, 대안공간 등에서 진행되며, 100여 개의 출판업체가 참가하는 도서 축제이다. 수천 개의 출판 업체가 자리 잡고 있는 동시에, 문화 예술계의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이들을 연계하여 새로운 텐츠를 개발해내고자 하는 시도 아래, 2005년 국내 최초로 책 문화예술 축제를 표방하며 시작하였다.
2007년 제3회까지 한국출판인협회 주최, 사단법인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되다가 2008년 제4회부터는 조직위원회 단독으로 주최, 주관해왔다. 2011년 3월에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와우책문화예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하여 계속해오고 있다.
도서전의 목적은 책을 기반으로 출판관계자 및 아티스트, 일반 시민과 함께 지식을 공유하고, 인문학 및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폭넓은 독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매년 당해의 사회와 책 문화를 반영하는 주제 하나를 정해 강연, 워크숍, 공연, 전시 등을 진행한다. 매년 다소 변화는 있지만, 매해의 책 문화 이슈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하는 와우스페셜,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 대화하고 교감하는 와우판타스틱서재, 책을 다양한 예술 분야로 해석한 와우상상만찬, 도서할인판매와 1인 출판사 특별부스 및 독자 참여 행사 등이 진행되는 거리도서전, 안 보는 책이나 책 관련 소품, 혹은 수공예 문화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시민 장터인 책시장&예술장터, 책을 기부하는 사랑의 책꽂이, 어린이를 위한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된 어린이책놀이터 등의 행사로 구성된다.